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배상책임보험 안드는 사회]의무가입에 배상액 늘려야 가입률 높인다
2014.10.28. 한국보험신문
[배상책임보험 안드는 사회]의무가입에 배상액 늘려야 가입률 높인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배상액 적고 보험료 부담”
자전거보험 사망 5000만원… 일본은 10억원
60년대 만든 배상산정기준 중국보다도 적어
지난 17일 16명의 사망자를 낸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의 행사 주관사 이데일리와 외주 행사 진행업체는 관람객 등 제3자의 신체 또는 재물의 손해를 담보하는 배상책임보험인 ‘행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 전문가들은 이데일리 등이 행사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가 공연을 보러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일부 보상이 가능하다. 또 배상액도 대형사고를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행사보험의 이같은 까다로운 요건과 적은 배상액 때문에 선뜻 보험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행사보험 등 배상책임보험이 안전사고 발생 시 피해보상 기능을 수행하고 운영 주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안전대책 마련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려면 배상액을 확대하고 보험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행사 등은 관공서에 행사 개최의 신고 의무가 없어 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알기 어렵다. 또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을 늘리면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행사보험 가입 등의 배상책임보험 정착 문화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관련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대부분 행사보험을 담보로 넣은 영업배상책임보험을 1년 짜리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행사보험 자체로 가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손해배상액이 적은 것이 배상책임보험 가입 확대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 최창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산정기준은 60년대에 제정된 민법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상액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상책임보험의 배상액이 적어 안전사고 예방이나 보상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보험 가입률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손해배상 기준은 재산상 손해와 관련해선 외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위자료 및 일명 ‘소극적 손해’로 불리는 장애나 후유증 등으로 미래에 받지 못하는 소득을 보상하는 기준 등은 지나치게 낮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처럼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은 나라일수록 손해배상책임보험의 배상액 규모가 크다. 일본의 경우 자전거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한도가 최대 10억원(1억엔)에 이른다. 일본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6만2000여건에 이르던 자전거 사고가 배상액을 크게 올린 지난해에는 12만1000건으로 4만건 이상 줄었다. 일본 손보업계는 자전거보험의 손해배상책임한도를 대폭 올린 것이 자전거 사고를 줄이고 보험 가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자전거보험은 사망이나 상해사고 시 배상액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사고로 인한 위자료 수준도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은 행사 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위자료가 통상 3억원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4000만원 수준이고, 최대 8000만원이다.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액이 이처럼 적은 것은 법원의 친기업적 판결에도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손해배상액을 올릴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경제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의 손해배상액은 지나치게 적다.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서도 손해배상액 기준을 높이고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업배상책임보험도 우리의 경제수준을 고려할 때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최창희 연구위원은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피보험이익이 작아지면 보험을 가입해야 할 필요성 또한 작아진다”면서 “결국 손해배상책임보험의 활성화는 배상책임액을 늘리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배상책임보험이 안전사고 예방기능을 하려면 배상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요율을 즉각적으로 보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요율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적자구조가 고착화됐다”면서 “손해배상책임보험을 공적영역으로 분류해 정부나 감독기관이 손해율을 보험료에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게 하면 만성 적자구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